샤넬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9.10. 8 선고 99가합 41812 판결)
저명한 샤넬(chanel)이라는 상호 또는 상표를 프랑스의 샤넬사와 무관한 피고가 「chanel.co.kr」이라는 인터넷 도메인 네임을 등록한 다음 그 홈페이지 여러곳에 "Chanel International" 또는 "샤넬 인터네셔널"이라는 상호를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의 거래상품도 샤넬이라는 상호 내지 상표를 들으면 소비자의 머리 속에 연상될 상품 또는 그와 유사한 상품을 전자거래에서 취급된 사건이다. 이에 원고들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들어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으로서 피고의 도메인 네임의 등록말소를 청구하였다.
법원은 피고의 영업행위가 원고 샤넬의 영업과 사이에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의 타인의 영업표지가 갖는 저명성에 편승하여 수요자를 유인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고자하는 영업주체의 혼동으로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였고, 도메인 네임의 등록에 있어서 선등록 우선주의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의 방침 또는 지침에 불과한 것으로 그에 따른 도메인 네임 등록이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일반 법률 질서에 위반한 경우까지 적법하게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을 살펴보면 대다수의 경우 도메인 네임은 광고나 선전등의 목적상 자신의 영업이나 상표를 표장하는 영문철자로 이루어져 있고 또 기업의 경우에 ".kr"로 끝나는 우리나라의 국가코드 도메인을 등록함에 있어, 그 2단계 도메인으로 ".co"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므로, 한국에서의 원고 샤넬 또는 그 영업과 관련이 있는 기업의 홈페이지를 찾으려는 일반인으로서는 원고의 샤넬의 상호나 상표의 영문철자를 그대로 사용한 이 사건은 도메인 네임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통해 피고의 홈페에지에 접속하게 된다는 점과 피고의 홈페이지에는 "Chanel International" 또는 "샤넬 인터네셔널"이라는 상호나 표시가 곳곳에 사용되었고, 게시된 상품목록도 원고 샤넬이 상표등록하고 제조 판매하는 상품인 향수나 여성용 속옷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페르몬 향수 및 란제리를 포함하고 있음에 따라 일반인으로서는 피고의 영업행위가 원고 샤넬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과 같은 혼동을 가져오게 됨으로써 부정경쟁행위 및 상표 및 서비스표를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적법하게 선정한 상호를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상호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샤넬 사건을 실정법에 따라 해석하면 이 판결은 큰 무리가 없지만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때마다 과연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사이버 공간의 여러 권리 관계를 해석하는 데는 현실세계와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 즉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다를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법 해석의 유연함에 따라 합리적인 절충이 필요시되고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샤넬이라는 간판을 보고 찾아가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검색엔진, 각종 링크사이트, 베너 광고 등을 통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지 도메인 네임만 가지고 방문하는 확률이 낮은 만큼 네티즌들이 혼동을 일으킬 확률 또한 낮아질 뿐만 아니라 도메인 네임과 그 홈페이지 내용간의 불일치 경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홈페이지 내용만으로 도메인 네임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며, 현실의 소비자가 백화점, 할인점, 시장 등에서 샤넬 마크가 찍혀 있는 가방, 화장품을 접한 경우와 네티즌이 샤넬 도메인 네임을 보는 경우를 비교할 때 전자의 경우보다 확실히 후자의 경우에 "chanel. co.kr"을 인식할 때 프랑스 샤넬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 점이다.
이 샤넬 판결의 핵심은 "chanel.co.kr"이 프랑스 샤넬과 혼동을 일으키느냐 여부였기 때문에 "혼동할 확률"에 대한 판단으로 광의의 혼동을 적용하여 넓게 해석하기보다는 도메인 네임과 홈페이지 내용의 불일치 경향이 높은 가상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혼동에 대한 판단을 좀더 좁게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남이 애써 일군 소중한 브랜드 가치에 무임승차하려는 발상은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마찬가지로 현실세계의 자본과 권력이 사이버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독점하는 것 또한 견제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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